개밥보다 못한 이시대의 가장!!
박춘근 · 2010-03-12 · 조회 1352
( 집에서 호강 받는 개세끼, 보신탕 꺼리도 않되는 놈이 서열이 나보다 높다니 !! )
오늘 점심!!
이시대의 남자 넷이서 오붓하게 점심을 먹었다
어디로 갈까 ?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봄을 제촉하는 겨울비도 솔솔 오는 데다가
웰빙식에다 드라이브 삼아 성주 월항에 있는 왜관 식당의 청국장으로 디립다
정했다
그런데
바빠서 멀리 못간다는 모 지점장 호소에도
지극히 평범한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으로 밀어 부치고는
모처럼 남정네 넷이서 바람쏘이며 오붓하게 식사하고 돌아와서
원두커피 내려놓고 50~60대 가장의 암울한 넉두리를 하고 있는데
모 뚱땡이 사장님 사모님이 불쑥 나타 나시어 가슴에 불를 확 질렀다!!
이유인즉
50대,60대,70대 남자 셋이서 얻어 맞아 병원에 입원을 했답니다
도대체 왜? 무슨 사연으로 얻어 터저 입원 했는냐고 물으니
50대 남자는 마누라에게 밥달라 하다 얻어 맞아서 그렇고
60대 남자는 마누라에게 어디 갔다 오느냐 묻다가 얻어 터젔고
70대 남자는 아침에 일어나서 눈떴다가 작살 났데요!!
우이쒝~~~!!
이시대의 남자가, 이시대의 가장이 과연 이래도 되는겁니까요!!
저는 60대의 평범한 가장입니다. 그런데 좀 어색하네요.
가장이라면 가정의 ‘짱’인데 제가 과연 그런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예전에야 아버지는 그야말로 짱이었지요. 저희 집 역시 아버지 밥상은 따로
차렸고, 반찬도 저희들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항상 장조림에다 들기름 곱게 발라 갓 구운 김이 번들거렸습니다.
아버지의 기침소리에도 몸가짐이 달라지던 시절, 저도 자라면 자연스럽게
아버지처럼 ‘가장’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지금 제가 ‘가장’ 인지 잘 모르겠네요.
오래전 옛날 언젠가 이야기 입니다
"개 먹이 좀 사와" "감히 가장에게"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막 TV를 켜는 순간 아내가 불렀습니다.
“여보, 나가서 초코(저희 집 애완견 이름) 먹이 좀 사다 줘요.”
순간 아니, 이 여자가 가장을 뭘로 보나 싶어서
“집에 사람이 몇인데 가장에게 개밥을 사오라는 거야? ”하고 발끈했습니다.
“그럼, 설거지하다 말고 내가 가요?” “
"미영이 있잖아?”
“당신 요즘 텔레비전도 안 봐? 야심한 시간에 여자 애를 어떻게 심부름 시켜요?
학원 보내는 것도 조마조마한데.”
듣고 보니 딸애를 밤길에 내 보내내는 건 그렇다 싶더군요.
“그럼 덩치 큰 똥수녀석 시키면 되겠네.”
“도무지 애들에게 관심이 있어요? 낼 모래 중간고사인 거 몰라요?
시험 공부하는 애 심부름을 시키는 간 큰 부모는 당신밖에 없을 거야.”
“그럼 당신이 내일 사면 되겠네.”
엥~“초코가 아까부터 배고파 낑낑대잖아요. 저걸 내일까지 굶기면 죄 받지.”
“그렇다고 이 시간에 가장에게 개밥 심부름을 시키냐?”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초코와 아내의 눈빛, 게다가 딸애까지 당연하단 표정으로 보는데 어쩔 수 없더군요.
딱히 태클을 걸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저를 참으로 외롭고 작은 남자로 만들고 있더군요.
그렇게 막 현관을 나서려는데 또 아내 목소리가 붙잡더군요.
“나가는 길에 이 음식물 쓰레기도 좀 버려주면 안될까? ”
‘그래~ 이왕 버린 몸, 하나 더 해 준다고 가장의 위엄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김치냄새 풍기는 쓰레기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13층에서 탄 아주머니
가 손을 내밀면서 “어머, 음식물 쓰레기를 직접 버리세요?
아이구 남자분이 이리 주세요. 저도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가니까 같이 버려드릴게요.”
‘괜찮다’고 버텨봤지만 아주머니는 1층 문이 열리자 제 봉투를 낚아채듯 가져
가 버렸습니다. ‘ 모른 척 해주었으면 덜 민망했을 텐데….’
저는 한동안 제 손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습니다.
예전 아버지의 손처럼 듬직하지도 거칠지도 않았습니다.
‘손에서부터 가장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으니 나를 우습게 보나?’하다가 픽 웃
고 말았습니다.
‘그래, 가장이면 어떻고 심부름꾼이면 어떠냐?
이 한 몸 바쳐서 마눌님과 아이들이나 이 거친 세상에서 탈없이 지켜내면 되지.!!’
혼자 자위하면서 이 시대의 쓸쓸한 가장은 밤바람을 맞으며
개밥집으로 향했다
병원신세 지는것보다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자부 하면서...,

